'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제2의 노보노디스크 될까

입력 2023-12-11 18:13   수정 2023-12-22 23:32

창업 10년 차인 미국과 스위스 바이오 기업이 세계 제약·바이오 역사를 다시 썼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버텍스파마슈티컬과 함께 첫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게비’ 상용화에 성공하면서다. 사람의 전체 유전체를 판독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된 지 20년 만이다. 노벨상 수상자가 창업에 나서 구축한 ‘초격차 기술력’, 대형 기업과의 ‘적극적 협업’ 등이 세계 첫 성과를 낸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크리스퍼로 질병 해결 나서
“창업 당시 목표는 크리스퍼 기술을 여러 획기적 치료제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미국 첫 허가 소식에 숨이 막힐 정도로 감격스럽다.” 사마르스 쿨카니 크리스퍼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일 겸상적혈구빈혈약 카스게비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2020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발견 업적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사진)가 주축이 돼 2013년 세웠다. 본사는 스위스 추크에 있지만 연구본부는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에, 생산본부는 미국 프레이밍햄에 있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샤르팡티에는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로 근무하던 2012년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와 함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알리는 첫 논문을 발표했다.
항암제·당뇨 치료제 등 개발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항암제인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1형 당뇨, 유전성 심혈관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CAR-T세포 치료제는 면역 T세포가 암만 찾아가도록 조작하는 치료제다. 상용화된 약은 모두 환자에게서 추출한 세포를 활용해 맞춤형으로 만든다. 제작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싸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미리 다른 사람의 세포로 만든 뒤 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동종 CAR-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유전성 만성 질환자가 약 없이 평생 살도록 돕는 심혈관 질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환자 세포를 빼내 몸 밖에서 조작한 뒤 넣어주는 카스게비와 달리 몸속에 직접 유전자 편집 물질을 넣어주는 치료제다.
활발한 협업 통해 상용화 속도 높여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과 협업하는 전략을 택했다. 개발 수익을 나눠 가져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시험에 진입하고 복잡한 허가 관문을 통과하는 데 유리하다. 카스게비는 2017년 버텍스와 손잡고 내놓은 결과물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버텍스로부터 2억달러를 받게 됐다. 판매 수익의 40%도 나눠 갖는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는 2028년 카스게비 매출이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0만달러였던 이 회사 매출도 급증할 것이란 의미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 NK세포 치료제 전문 미국 기업 엔카르타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는 크리스퍼테라퓨틱스 투자자로 유명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우드가 운영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보유한 지분 가치는 6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 기업 가치 51억달러(약 6조7000억원)의 10%에 육박한다.

이 회사에 ‘장밋빛 미래’만 놓인 것은 아니다. 약값이 29억원으로 초고가인 데다 환자 수가 많지 않다. 치료 과정도 쉽지 않아 활용은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다.

크리스퍼 기술 특허를 두고 소송이 계속되는 것도 악재다. 결과에 따라 수익 일부를 지급해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 툴젠도 특허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다른 기업의 빠른 성장세도 고민거리다.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다우드나는 에디타스메디신 등의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최고 유전체연구소인 브로드연구소의 장 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참여한 빔테라퓨틱스도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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